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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 영화 리뷰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10·26, 권력암투, 한국누아르)

ablewonnie 2026. 10. 15. 11:50

목차


    솔직히 저는 시즌 1을 보면서 시즌 2가 이 수준을 넘어설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첫 화 오프닝,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의 총성이 울리는 순간 그 의심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권력의 정점에 오른 자와 9년을 기다린 복수자의 재회.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 2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결정적인 분기점을 무대로, 인간의 야욕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차갑고 매혹적으로 그려냅니다.



    10·26 그날 밤, 권력의 공백을 가장 빠르게 읽은 자

    시즌 2가 시작되자마자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경이로움이 아니라 환멸이었습니다. 최고 권력자가 쓰러진 그 절체절명의 순간, 경호책임자는 쥐새끼처럼 어둠 속으로 숨고, 장군과 부장들은 저마다 다음 자리를 향한 계산기를 두드리기 바빴습니다. 나라의 기틀이 통째로 흔들리는 국가적 비극 앞에서 벌어지는 그 하이에나들의 질주를 보는 내내 숨이 턱 막혔습니다.

    10·26 사건이란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사건을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극적인 권력 공백의 시작점입니다. 드라마는 바로 이 역사적 팩트 위에 백기태(현빈)라는 가상 인물의 개입을 얹습니다. 모두가 얼어붙은 그 순간, 그는 조 부장을 향해 "저는 KCIA를 맡겠습니다, 장군께서는 육군본부로 가십시오"라고 말합니다. 이건 목숨을 담보로 한 블러프(bluff)였습니다. 여기서 블러프란 자신의 패가 약함에도 상대방이 믿도록 강하게 밀어붙이는 전략적 기만을 뜻합니다.

    그 장면에서 저는 손에 땀을 쥐었습니다. 혼돈이 극에 달한 순간 가장 냉정하게 판을 읽고, 권력의 빈틈을 0.1초 만에 파고드는 그 생존 감각은 소름 끼칠 정도였습니다. 실제 역사 기록을 보면, 10·26 직후의 혼란 속에서 군부 내 정보 계통이 얼마나 빠르게 재편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출처: 국가기록원). 드라마는 그 역사의 결을 픽션으로 정밀하게 재현해 냅니다.

    요약: 10·26의 혼돈 속에서 백기태의 냉혹한 블러프 한 수가 드라마 시즌 2의 엔진을 단숨에 점화시킵니다.

     

    애국이라는 이름의 위선, 마약 카르텔과 700억 비자금

    제가 시즌 2를 보면서 가장 충격받은 장면이 뭔지 아십니까? 백기태가 "이 아름다운 나라에 마약을 풀겠다는 거냐"라고 분노하면서, 동시에 그 마약 밀수를 9년 동안 주도해 700억 비자금을 쌓아온 인물이라는 사실이 교차할 때였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고 잠시 되감았습니다. 맞다, 이 사람이 바로 그 주도자라고. 그 아이러니가 너무 잘 짜여 있어서 오히려 섬뜩했습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라는 명칭은 드라마 안에서 국가 주도의 마약 밀수 프로젝트를 가리키는 암호명입니다. 쉽게 말해 KCIA가 '애국'이라는 명분 아래 해외로 마약을 수출해 선거 자금을 마련하는 비밀 국책 사업의 이름입니다. 겉으로는 조국 근대화와 국가 수호를 외치면서, 그 이면에는 재일교포(자이니치, Zainichi) 야쿠자 카르텔과 손잡고 마약을 굴리는 구조. 여기서 자이니치란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 한국·조선인을 뜻하는 일본어 표현으로, 드라마는 이들이 간첩으로 조작되기 쉬운 취약한 법적 지위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실제 역사에서도 1970년대 중앙정보부가 재일교포를 대상으로 간첩을 조작한 사례는 진실화해위원회를 통해 다수 확인됐습니다(출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드라마는 그 실제 폭력의 메커니즘을 가져다가 허구의 서사 안에 촘촘히 배치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역사 기반 픽션은 팩트를 알고 볼수록 두 배로 무겁게 다가옵니다.

    • 마약 밀수 프로젝트의 암호명이 "메이드 인 코리아" — 드라마 제목 자체가 이미 위선의 선언
    • 700억 비자금: 9년간 마약 수출로 쌓은 실탄, 다음 쿠데타를 위한 자금
    • 재일교포 간첩 조작: 실제 역사의 폭력을 서사의 뼈대로 가져옴
    • 애국과 범죄의 이중성: 백기태의 캐릭터가 이 위선을 한 몸에 체현
    요약: '애국'이라는 명분 뒤에 숨은 마약 카르텔과 비자금의 실체가 드라마의 가장 냉소적인 핵심 서사입니다.

     

    권력암투의 3파전, 그리고 와일드카드 백기연

    솔직히 시즌 1을 보면서 장건영(정우성)과 백기태(현빈)의 양자 대결이 시즌 2에서도 똑같이 반복되는 게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제가 직접 시즌 2 첫 화를 보고 나서야 그 걱정이 기우였음을 알았습니다. 9년이라는 세월이 두 사람의 포지션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고, 거기에 백기연이라는 전혀 다른 결의 인물이 끼어들면서 판이 입체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권력암투(power struggle)란 특정 집단이나 조직 내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세력 다툼을 말합니다. 시즌 2의 권력암투는 3개의 축으로 구성됩니다. 중정(KCIA) 차장에서 대행으로 초고속 승진한 백기태, 9년 동안 칼을 갈아온 장건영, 그리고 형 백기태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는 백기연. 이 3파전 구도는 시즌 1의 이항 대립 구조보다 훨씬 예측하기 어렵고, 그래서 훨씬 흡인력이 강합니다.

    제가 특히 주목한 것은 야쿠자 카르텔 케다의 후계 구도입니다. 게다 유지(Keda Yuji)가 조직 안의 남성 중심 위계를 뚫고 후계자 자리에 오르려는 과정은, 드라마 안에서 한국의 권력암투와 병렬로 흘러가면서 서로를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합니다. 두 서사 모두 결국 "누가 먼저 총구를 꺼내드느냐"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우민호 감독 특유의 누아르적 세계관이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습니다.

    요약: 백기태·장건영·백기연의 3파전 구도와 야쿠자 카르텔 후계 서사가 맞물리며 시즌 1을 뛰어넘는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우민호 감독의 한국형 누아르, 1초도 버리지 않는 연출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하얼빈》까지 이어지는 우민호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쭉 따라온 저로서는, 시즌 2의 첫 화를 보는 내내 "이 감독은 왜 이렇게 한 프레임도 낭비를 안 하는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직접 확인해보니 궁정동 안가에서 육군본부로 전환되는 장면의 호흡은 마치 한 편의 장편 영화 클라이맥스를 압축해 놓은 것 같았습니다.

    한국형 누아르(Korean noir)란 선악의 구분이 희미한 인물들이 권력·욕망·생존을 놓고 벌이는 냉혹한 범죄 드라마 장르를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히어로도 빌런도 없고, 모두가 자기 방식으로 더럽게 살아남으려 하는 세계를 다루는 장르입니다. 우민호 감독은 이 장르를 한국 현대사의 실제 권력 구조와 접목시키는 것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해 왔습니다.

    미장센(mise-en-scène)이라는 개념도 빠질 수 없습니다. 여기서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적 요소, 즉 배우의 위치, 조명, 소품, 카메라 앵글 등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영화 연출 기법입니다. 시즌 2에서 1970년대 후반의 공기를 재현한 세트와 의상, 그리고 그 안에서 권력의 위계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카메라 구도는 시리즈물이 아닌 웰메이드 장편 영화를 보는 듯한 압도적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저로서는 이것이 디즈니+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 중 단연 최고 수준의 연출이라고 판단합니다.

    요약: 한국형 누아르의 정수를 구현하는 우민호 감독의 타이트한 미장센이 시즌 2를 시리즈가 아닌 장편 영화로 느끼게 만듭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 2, 시즌 1을 안 봐도 이해가 됩니까?

    A. 시즌 2는 시즌 1의 9년 후를 다루기 때문에, 시즌 1을 먼저 보고 오시는 편이 훨씬 흡인력 있게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백기태와 장건영 두 인물의 관계를 모르면 시즌 2에서 그 포지션이 뒤바뀐 충격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엔 시즌 1을 복습하고 나서 시즌 2를 봤는데, 확실히 몰입감이 달랐습니다.

     

    Q. 10·26 사건을 역사적으로 아는 게 감상에 도움이 됩니까?

    A. 도움이 됩니다. 10·26 사건과 그 직후 12·12로 이어지는 역사적 흐름을 알고 있을수록, 드라마가 어떤 지점에서 픽션을 끼워 넣었는지가 보이고 그 간극이 오히려 장르적 쾌감을 배가시킵니다.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스포일러가 아닌 이 작품에서는 예습이 됩니다. 사전에 역사 기록을 간략하게라도 훑어보시길 추천합니다.

     

    Q. 시즌 2가 시즌 1보다 재미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A. 제 판단으로는 그렇습니다. 시즌 1의 이항 대결 구도에서 시즌 2의 3파전 구도로 확장되면서, 예측 불가능성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야쿠자 카르텔의 후계 서사까지 맞물리면서 이야기의 레이어가 두꺼워졌고, 우민호 감독의 연출이 시즌 1보다 더 세련되게 다듬어진 느낌이었습니다.

     

    Q. 드라마 속 마약 카르텔 설정은 실제 역사와 관련이 있습니까?

    A. 직접적인 역사적 사실은 아니지만, 1970년대 중앙정보부가 해외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는 기록은 존재합니다. 재일교포 간첩 조작 사건은 진실화해위원회를 통해 다수 확인된 실제 역사입니다. 드라마는 이 실제 폭력의 메커니즘 위에 픽션을 얹어, 역사적 사실처럼 보이지만 엄밀히는 장르적 재해석에 가깝습니다.

     

    결론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 2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무거운 분기점을 권력암투와 범죄 누아르의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백기태가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과 장건영이 복수의 칼날을 갈아온 9년, 그 위에 백기연이라는 와일드카드까지 더해진 3파전은 시즌 1의 성과를 넘어서는 흡인력을 증명해 냅니다.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시즌 1에 반했던 분이라면 시즌 2에서 더 단단하고 깊어진 세계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한국형 누아르 장르에 관심이 있다면, 혹은 10·26 전후의 역사적 맥락을 드라마로 체험하고 싶다면, 지금 디즈니+에서 바로 시작하시는 것을 저는 주저 없이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bDwqdmKoj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