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개봉한 영화 《언니》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입니다.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출신 여성이 납치된 지적장애인 동생을 구하기 위해 일진, 조폭, 부패 권력자를 차례로 응징하는 이야기인데, 처음 이 설정을 들었을 때 솔직히 B급 오락물이겠거니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그 예상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습니다. 공적 시스템의 실패, 그리고 분노의 출발점영화가 가장 먼저 건드리는 것은 액션이 아닙니다. 지적장애인 동생이 실종되었는데 경찰은 "가출 여부 확인부터 하시고, 서류 작성하시고, 그다음에 신고하시면 움직일 수 있습니다"라고 응대합니다. 담임교사 역시 "학생 때 하루 이틀 가출 안 해본 사람 없다"라며 고개를 돌립니다. 제가 이 장면을 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분노보다는, 이상하리..
솔직히 저는 《데스 위시》를 그냥 B급 복수극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는 액션 영화라면 익숙한 공식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줄거리를 꼼꼼히 따라가 보고 나서야, 이 영화가 단순한 총질 오락물이 아니라 꽤 복잡한 감정의 층위를 건드리는 작품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외과의사가 밤마다 거리의 범죄자를 처단하는 '사신(Grim Reaper)'으로 변해가는 이 이야기, 과연 영웅 서사인지 아니면 불편한 판타지인지 — 저도 내내 갈팡질팡했습니다. 자경단 액션의 카타르시스 — 왜 우리는 폴에게 이입하는가영화의 도입부는 꽤 잔인할 정도로 단순합니다. 시카고의 유능한 외과의사 폴 커시는 딸의 대학 합격과 자신의 생일을 함께 축하하려 했지만, 긴급 호출에 병원으로 달려간 사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