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슈퍼히어로 액션 블록버스터를 보러 들어갔다가, 극장을 나오면서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으니까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2017, 제임스 건 감독)는 화려한 우주 전투보다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내면을 파고드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씁니다. 그 선택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고, 동시에 묵직하게 울리기도 했습니다.캐릭터 드라마에 방점을 찍은 속편의 선택저도 처음엔 전편과 같은 종류의 흥분을 기대했습니다. 1편의 도입부, 그러니까 피터 퀼의 사연에서 시작해 모락 행성까지 이어지던 그 완벽한 오프닝 시퀀스는 제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전체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거든요. 그런데 2편은 그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았습니다.이번 오프닝은 베이비..
살다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과 가장 깊은 관계를 맺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를 봤을 때 느꼈던 감각이 정확히 그랬습니다. 도둑, 암살자, 복수귀, 유전자 개조 라쿤, 말하는 나무. 이 황당무계한 오합지졸이 어떻게 진짜 가족이 되는지를 보며, 한동안 잊고 지냈던 제 인생의 몇 장면이 불쑥 떠올랐습니다.오합지졸의 연대 — 상처 있는 사람들이 손을 내미는 방식어딘가 상처가 있는데 그걸 드러내기 싫어서 괜히 능청스럽게 굴었던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힘든 시기일수록 오히려 더 세게 농담을 던지고, 아무렇지 않은 척 날을 세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피터 퀼이 "Star-Lord, man, legend" 같은 허세를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