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개봉 당시 관객 수 약 180만 명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지만, 이명세 감독의 《형사 Duelist》는 지금도 한국 영화 비주얼리즘의 정점으로 회자됩니다. 저도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칼끝에 실린 감정이 대사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는 걸 뒤늦게 실감하며 한동안 멍하니 화면을 응시했던 기억이 납니다.비주얼리즘이 서사를 삼킨 영화《형사 Duelist》는 방학기 화백의 만화 《다모》를 원작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명세 감독은 원작의 서사 구조를 충실히 따르는 대신, 미장센(mise-en-scène)이라는 연출 개념을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선택을 했습니다. 미장센이란 프레임 안에 배치되는 배우의 위치, 조명, 색채, 공간 구성 등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영화 언어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
아이가 살인 용의자로 몰렸을 때, 부모는 과연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영화 《비광》은 그 질문을 정면으로 들이밉니다. 《미쓰백》으로 평단과 관객을 동시에 사로잡았던 이지원 감독의 신작으로, 오는 9월 2일 개봉 예정입니다.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중간도 아닌 딱 첫 장면에서 숨이 막혔습니다. 그 감각이 가시기도 전에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부성애는 왜 가장 무서운 감정일까요영화 속 황중구는 한때 KBO 4번 타자였습니다. 4번 타자란 팀에서 가장 강한 타격 능력을 가진 주전 선수에게 붙이는 포지션으로, 쉽게 말해 그 팀의 얼굴이자 중심축 같은 자리입니다. 그런 사람이 3류 건달로 추락해 경찰서를 제 집 드나들듯 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는 설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비극 서사입니다.그런데 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