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신한솔 감독의 《싸움의 기술》은 개봉 당시 단순한 학원 액션 활극으로 소비됐지만, 직접 보고 나서 저는 전혀 다른 결을 느꼈습니다. 이 영화는 주먹 한 방을 배우기 위해 세상의 냉대를 온몸으로 견뎌낸 한 소년의 성장통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백윤식이 구현한 오판수라는 캐릭터는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병태 성장 — 아무것도 없는 소년이 버티는 법영화를 처음 틀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첫 장면부터 주인공 병태는 돈을 뜯기고 무릎을 꿇습니다. 저항 한 번 못 해보고, "내가 뭘 잘못했길래"라고 속으로만 자책하면서요. 그 위축된 어깨가 화면을 가득 채울 때, 저는 그게 단순한 영화적 설정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형사라는 직업을 가진 아버지는 아들의 멍든 몸보다 성적표에 더 ..
2004년 개봉한 영화 《우리 형》은 선천성 구순구개열을 지닌 형과 주먹 하나로 버텨온 동생이 한 어머니 아래에서 서로를 향해 질투하고 원망하면서도 끝내 놓지 못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다시 들여다봤을 때 저는 솔직히 '또 신파 아닌가'라는 선입견을 먼저 품었는데, 두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그 생각을 완전히 접어야 했습니다. 형제 애증 — 결핍이 낳은 상처와 그 무게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먼저 가슴 한구석을 후벼 팠던 것은 형제간의 애증(愛憎) 구조였습니다. 여기서 애증이란 단순히 미워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뜻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 자체가 상대방의 결핍을 증명하는 관계를 가리킵니다. 형 성현(신하균)은 태어날 때부터 선천성 구순구개열을 안고 태어났습니다. 선천성 구순구개열이란 태..
천재라면 행복해야 할까요? 저는 굿 윌 헌팅을 처음 봤을 때 이 질문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MIT 복도의 수학 문제를 낙서처럼 풀어내는 20대 청소부의 이야기인데, 정작 영화가 파고드는 건 그의 천재성이 아니라 그 안에 깊이 패인 아동 학대의 흉터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천재를 다룬 영화는 재능의 개화를 그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영화는 그 반대 방향에서 출발합니다.천재 청소부가 MIT 복도에 남긴 것1997년 개봉한 구스 반 산트 감독의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은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직접 각본을 써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두 사람이 20대 초반에 쓴 시나리오라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만큼 인물의 심리 묘사가 촘촘합니다.줄거리의 설정은 단순합니다. ..
화려한 총격전을 기대하고 틀었다가, 첫 10분 만에 이 영화가 전혀 다른 결의 작품임을 직감했습니다. 2010년 개봉한 안톤 코르빈 감독의 《아메리칸(The American)》은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킬러 잭의 마지막 임무와 구원에 대한 질문을 이탈리아 산악 소도시의 냉랭한 풍경 속에 조용히 녹여낸 작품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가슴을 서늘하게 찌르고 들어온 건 폭발 장면이 아니라 사랑했던 연인을 뒤돌아보지 않고 쏴야 했던 한 남자의 메마른 눈빛이었습니다.살인을 직업으로 삼은 남자의 고독 — 잭은 왜 혼자일 수밖에 없었을까살아가면서 누군가를 믿었다가 마음이 찢어진 경험, 한 번쯤은 있지 않으신가요? 잭에게 그 '믿음'은 사치가 아니라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습니다. 스웨덴 달라르나의..
퇴근 후 지치고 지쳐서 그냥 머리 비우고 싶은 날, 저도 그런 날에 이 영화를 골랐습니다. 2018년 개봉한 김민호 감독의 《성난황소》는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가진 피지컬과 파괴력을 정직하게 쏟아낸 한국형 액션 영화입니다. 납치된 아내를 구하기 위해 전직 조폭 출신 가장이 악당 소굴을 하나씩 부수는 이야기인데, 단순해 보이는 설정 안에 꽤 씁쓸한 메시지가 숨어 있어서 보고 나서 한참 멍했습니다.납치설정, 빌런의 등장수산시장에서 생선을 나르며 조용히 살아가던 전직 조폭 동철은 어느 날 낯선 전화 한 통을 받습니다. 아내가 납치됐다는 소식인데, 놀라운 건 납치범이 몸값을 요구하는 대신 오히려 거액의 돈 가방을 던져주면서 "아내는 내가 데려가고, 넌 돈 가져라"는 식의 거래를 제안한다는 점이었습니다.제가 직접 ..
특수부대 영화를 보면서 "왜 저 팀은 퇴출로도 안 잡고 그냥 들어가냐"는 생각을 해본 적 있으십니까. 저는 《스페셜 포스(Special Forces, 2011)》를 처음 봤을 때 정확히 그 지점에서 멈칫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결말이 다가올수록 그 답답함보다 훨씬 묵직한 감정이 앞서더군요. 프랑스 해군 코만도(Marine Nationale Commando) 특수부대가 탈레반에게 납치된 종군기자 엘자를 구출하기 위해 힌두쿠시 산맥을 맨몸으로 넘는 이 영화는, 전술적 리얼리티와 인간적 낭만주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오히려 가장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배경과 전술 고증 — 이 영화가 택한 리얼리티의 방향2011년 스테판 리보자드 감독이 연출한 《스페셜 포스》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탈레반 고위 지도자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