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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 영화 리뷰

어벤져스 엔드게임 (시대의절정, 캐릭터분석, 아쉬운점)

ablewonnie 2026. 9. 15. 07:00

목차


    극장 불이 꺼지고 화면이 밝아오던 순간, 저는 이게 단순한 영화 관람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2008년 아이언맨을 처음 봤던 그 스무 살의 기억부터 지금까지, 11년치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경험이었습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22번째 작품이자 인피니티 사가의 대단원으로,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우며 대중문화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시대의 절정 — 11년이 한 편에 담기는 감각

    영화관을 나오면서 제가 처음 내뱉은 말은 "아, 진짜 끝났구나"였습니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이 세 캐릭터는 각각 3편의 솔로 영화를 이끌며 MCU라는 거대한 서사 구조의 기둥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 무게를 체감한 건 극장 안에서가 아니라, 밖으로 나와 찬 바람을 맞으면서였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영화는 아는 만큼 울리는 작품입니다. 포스트-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장르 — 문명 붕괴 이후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 — 의 정석적인 풍경으로 시작하는 전반부는 취향 저격이었습니다. 스콧 랭이 짐을 끌며 텅 빈 거리를 터덜터덜 내려오는 장면, 반으로 줄어든 세상의 쓸쓸함을 카메라가 말없이 담아내는 방식이 특히 그랬습니다.

    그리고 토니 스타크의 초췌한 얼굴을 조용히 응시하는 카메라. 대사도, 음악도 없이 그냥 그 얼굴 하나를 오래도록 비춰주는 연출은 제 경험상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보기 드문 배우에 대한 경의(敬意) 표현이었습니다. 여기서 경의란, 배우의 11년이라는 노고와 그 얼굴이 품고 있는 서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개봉 11일 만에 전 세계 박스오피스 20억 달러를 돌파했고(출처: Box Office Mojo), 이는 관객들이 단순히 액션이 아닌 감정적 완결에 반응했다는 방증이라고 봅니다.

    수미상관(首尾相關) —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서로 호응하는 구조 — 이라는 개념을 이 영화만큼 충실하게 구현한 블록버스터를 저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토니 스타크에서 시작한 마블의 신화가 토니 스타크의 희생으로 마무리되는 그 설계는,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 돋습니다.

    • 아이언맨(2008) ~ 엔드게임(2019): 22편, 11년에 걸친 인피니티 사가 완결
    • 세 명의 핵심 주인공(토니·스티브·토르) 각각 3편의 솔로 시리즈 보유
    • 개봉 11일 만에 전 세계 20억 달러 돌파 — MCU 역대 최단 기록
    • 포스트-아포칼립스 전반부 연출과 배우 얼굴을 조용히 응시하는 카메라워크가 핵심 정서
    요약: 엔드게임은 11년의 MCU 서사를 수미상관 구조로 마무리한, 감정적 완결도가 가장 높은 블록버스터입니다.

     

    캐릭터 분석 — 각자의 방식으로 완성된 이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극 중 캐릭터들이 저마다 이전 시리즈와 정반대의 선택을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언제나 개인의 안위를 먼저 챙기던 토니 스타크는 마지막에 대의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 강한 책임감으로 늘 짐을 짊어지던 스티브 로저스는 마침내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왕조의 무게를 내내 떠안고 있던 토르는 왕위를 내려놓고 자유를 택합니다.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 인물이 이야기 안에서 겪는 내적 변화와 성장의 궤적 — 라는 개념이 이 영화에서 가장 정교하게 작동한 인물은 스티브 로저스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두 번째 관람에서 특히 집중한 장면이 바로 초반의 자조 모임 장면이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이기 때문에 눈물을 참고 희망을 말하면서도, 그 말을 꺼내기 직전 목까지 차오르는 감정을 한 번 삼키는 크리스 에반스의 미세한 표정 연기는, 제 경험상 블록버스터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수준의 밀도였습니다.

    반면 토르의 묘사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부모, 형제, 친구, 백성을 모두 잃고 복수마저 허무로 끝난 캐릭터가 아스가르드 장면 내내 코미디에 집중하는 모습은 어색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오랜 시간 크리스 헴스워스에게 완벽한 몸매와 강인한 이미지를 요구해 온 것에 대한 제작진의 나름의 위로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캐릭터의 내면을 더 깊이 파고들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타노스의 경우, 2014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대에서 온 버전이 더 완성도 있는 빌런(villain) — 영화에서 주인공과 대립하는 핵심 적대자 — 이라고 봅니다.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도 흥분하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때를 기다리는 그 여유는, 다크나이트의 조커 이후로 오랜만에 만난 품격 있는 빌런이었습니다(출처: Rotten Tomatoes).

    요약: 세 주인공의 캐릭터 아크가 서로 교차하며 완성되는 구조가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고, 토르에게 충분한 내면 드라마를 주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아쉬운점 — 완벽하지 않기에 더 솔직하게

    두 번 보고 나서 제 경우엔 오히려 결점이 더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감동이 걷히고 나면 남는 질문들이 꽤 많은 영화입니다.

    우선 타임 패러독스(time paradox) — 시간 여행으로 인해 인과관계가 뒤틀리는 논리적 모순 — 의 처리가 매끄럽지 않습니다. 인피니티 스톤을 제자리에 돌려놓는다고 해도, 로키가 테서랙트를 들고 달아난 타임라인이나 2014년의 타노스가 사라져 버린 우주는 고스란히 남습니다. 그 우주들의 수습에 대해 영화는 침묵합니다.

    헐크에 대한 처우도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라고 말하고 싶은 대목입니다. 스마트 헐크 — 배너 박사의 지성과 헐크의 신체가 하나로 통합된 상태 — 가 탄생하는 과정이 대사 한 줄로 축약된 것은 22편의 서사를 쌓아온 캐릭터에 대한 예우로는 부족했습니다. 전작에서 타노스에게 무기력하게 당한 토르에게는 복수의 기회가 주어졌지만, 같은 상황의 헐크에게는 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최종 전투 중 여성 히어로들이 갑자기 한자리에 모여 대형을 이루는 장면에 대해서도 솔직히 말하자면 연출 자체의 작위성이 문제라고 봅니다.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담으려는 의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혼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협력하고 활약하는 방식이었다면 훨씬 더 강한 인상을 남겼을 것이라는 아쉬움입니다. 캡틴 마블의 비중 역시 개봉 직전 홍보의 기대치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강력한 존재감은 분명했지만, 드라마적으로 캐릭터를 쌓을 여백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를 10점 만점에 7점으로 봅니다. 아이언맨으로 시작해 아이언맨으로 끝나는 이 서사의 완결성은, 그 모든 결점을 덮고도 남습니다.

    요약: 타임 패러독스의 논리적 허점, 헐크의 소외, 작위적 연출은 분명한 약점이지만, 수미상관의 서사 완결성이 이를 상쇄하는 수준의 작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마블 영화 처음 보는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나요?

    A. 솔직히 말하면, 사전 지식 없이 보면 절반밖에 못 즐깁니다. 제 경험상 이 영화는 MCU의 역사와 캐릭터들에 대한 애착이 깊을수록 감동의 크기가 커지는 구조입니다. 최소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 정도는 먼저 보고 오시는 걸 권합니다.

     

    Q. 엔드게임에서 타임 여행 설정이 모순이 아닌가요?

    A. 네, 저도 두 번째 관람 때 이 부분에서 가장 많이 걸렸습니다. 영화는 "과거를 바꿔도 현재는 바뀌지 않는다, 다른 타임라인이 생길 뿐"이라는 논리를 채택했는데, 이 설정대로라면 로키가 달아난 타임라인이나 타노스가 사라진 우주 같은 평행 세계가 수습 없이 남게 됩니다. 영화 자체가 답을 주지 않는 부분이라, 개인적으로는 가장 큰 미완성 지점으로 봅니다.

     

    Q. 캡틴 아메리카 결말이 설정 오류 아닌가요?

    A. 이 질문이 가장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스티브 로저스가 과거로 돌아가 페기 카터와 살기로 한 선택은, 그가 자신을 위한 삶을 처음으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감동적입니다. 다만 샤론 카터와의 이전 서사가 어떻게 되는지, 과거에서 살았다면 현재 타임라인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은 분명한 서사적 공백입니다.

     

    Q. 헐크가 왜 엔드게임에서 활약이 없었나요?

    A. 이 부분이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싶었던 가장 큰 지점이었습니다. 스마트 헐크로 변화하는 과정을 아예 화면 밖에서 처리하고, 인피니티 건틀릿 핑거스냅 이후 큰 부상을 입어 최종 전투에서도 사실상 배제된 구조는, 22편을 함께 해 온 캐릭터에 대한 예우로는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결론

    극장을 나오던 그 밤, 저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조명이 다시 켜지고,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도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느낀 건, 슬픔도 감동도 아닌 이상한 충만함이었습니다. 11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통과한 이야기가 이렇게 끝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에 대한 안도감이었습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완벽한 영화가 아닙니다. 타임 패러독스의 논리적 공백, 헐크와 캡틴 마블에 대한 아쉬운 처우, 작위적인 연출 몇 장면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 세대의 관객과 11년을 호흡하며 이토록 깊은 감정을 이끌어낸 블록버스터를 저는 전후로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비판할 지점이 있어도, 존중받아 마땅한 작품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MCU를 처음부터 따라온 분이라면, 한 번은 다시 꺼내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gJ71OIG1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