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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프랑스 원작 《언터처블: 1%의 우정》을 이미 본 터라 할리우드 리메이크라는 말에 반신반의하며 틀었는데, 브라이언 크랜스톤과 케빈 하트가 만들어낸 케미스트리(chemistry)는 원작의 그늘을 충분히 지워낼 만큼 강렬했습니다. 전신마비 억만장자와 전과자 백수가 뉴욕 펜트하우스에서 충돌하며 서로의 결핍을 채워가는 이야기, 《디 업사이드(The Upside, 2019)》입니다.

편견 없는 우정이 만들어낸 케미스트리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제 조건이나 과거의 실패 때문에 세상 모든 사람이 저를 지레짐작하고 한계를 규정짓던 어느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딱 한 사람이 아무런 동정 없이 그냥 한 인간으로 눈을 맞춰줬는데, 그 순간 닫혀 있던 마음이 무너지듯 열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필립이 수십 명의 엘리트 지원자를 물리치고 전과자 델을 선택하는 장면이 유독 강하게 와닿은 건 그래서였을 겁니다.
영화 속 필립 라카스는 전신마비 장애인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재벌입니다. 수많은 지원자가 정장을 차려입고 조심스러운 동정의 미소를 들고 왔지만, 필립은 그 어떤 완벽한 스펙에도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석방 서류에 사인만 받으러 면접장에 잠깐 들어온 델에게 끌립니다. 델은 필립을 환자로 보지도, 억만장자로 떠받들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한 성깔 하는 아저씨"로 대했습니다. 이것이 이 버디 드라마(buddy drama)의 핵심 동력입니다. 버디 드라마란 성격이나 배경이 전혀 다른 두 인물이 함께 성장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서사 구조를 말합니다.
케빈 하트는 특유의 하이텐션 입담 속에 거친 밑바닥 삶의 서러움을 절묘하게 녹여냈습니다. 브라이언 크랜스톤은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서 이미 증명한 것처럼 미세한 안면 근육과 눈빛만으로 절망과 환희를 오갔습니다. 두 배우의 연기 앙상블(ensemble)—여기서 앙상블이란 두 배우 이상이 서로의 연기를 받아치며 만들어내는 집합적 호흡을 의미합니다—은 고급 오페라와 핫도그, 페라리와 수동 휠체어라는 극단적인 문화적 대비를 유쾌한 티키타카로 녹여내며 보는 내내 웃음과 뭉클함을 동시에 안겨줬습니다.
제가 직접 장면을 곱씹어봤는데, 델이 필립의 휠체어 부품을 틈틈이 분해하고 조립하는 장면이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거창한 희생이 아니라, 작은 관심과 손길이 쌓여 신뢰가 되는 과정—그게 이 영화가 말하는 우정의 실체입니다.
- 필립이 엘리트 지원자를 모두 탈락시키고 델을 선택한 이유: 동정이 아닌 대등한 시선
- 브라이언 크랜스톤의 눈빛 연기와 케빈 하트의 입담이 만들어낸 앙상블의 힘
- 휠체어 부품 조립, 서툰 그림 한 장 등 일상의 작은 행위로 쌓아가는 신뢰의 서사
- 핫도그와 오페라, 페라리와 수동 휠체어—극단적 문화 대비가 만들어내는 유쾌한 긴장감
원작 비교와 할리우드 리메이크의 명암
《디 업사이드》는 2011년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을 원작으로 합니다. 원작은 개봉 당시 프랑스 역대 흥행 2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작품입니다(출처: Box Office Mojo). 제가 원작을 먼저 본 사람으로서 리메이크를 볼 때 가장 신경 쓰인 건 "할리우드가 이 담백함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까"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절반은 성공하고 절반은 아쉬웠습니다.
성공한 절반은 분명합니다. 원작의 정서적 뼈대—서로 다른 세계에 살던 두 인간이 티격태격하며 서로의 결핍을 채워가는 구조—를 뉴욕이라는 메트로폴리스 배경에 성공적으로 이식했습니다. 내러티브 구조(narrative structure), 즉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원작의 핵심 장면들을 거의 훼손 없이 가져오면서도 미국적 감수성으로 자연스럽게 재맥락화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쉬운 절반은 솔직히 좀 걸렸습니다. 원작이 지닌 프랑스 특유의 은근한 여백과 담백한 감정선에 비해, 할리우드식 서브플롯(subplot)—델이 전처와 아들에게 인정받으려는 가족 갈등 서사—이 다소 과하게 덧칠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서브플롯이란 주요 플롯과 별개로 전개되는 보조 이야기 흐름을 뜻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 무게가 때로 주 서사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더 날카롭게 보면, 펜트하우스의 부유층 백인과 빈민가 출신 흑인이라는 인종·계급적 격차라는 묵직한 사회 구조를 지나치게 낭만화된 개인 간 우정으로 봉합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일부 북미 평론가들은 이 지점을 지적하며 이른바 '매직 니그로(Magic Negro)' 클리셰—흑인 캐릭터가 백인 주인공의 성장을 위한 도구로 소비되는 서사 패턴—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출처: Rotten Tomatoes). 제 경험상 이 비판은 완전히 틀리지도, 완전히 맞지도 않습니다. 델은 분명 변화하고 성장하는 주체이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존엄성과 밑바닥 인생의 갱생이라는 무거운 화두를 신파의 늪에 빠뜨리지 않고 시종일관 경쾌한 활력과 인간에 대한 순수한 애정으로 밀어붙인 점—마지막에 델이 필립에게 패러글라이딩으로 하늘을 선물하는 장면은 제가 직접 보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눈이 촉촉해졌습니다—은 웰메이드 휴먼 코미디로서의 완성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디 업사이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가요?
A. 네, 실화가 원천입니다. 프랑스 원작 《언터처블: 1%의 우정》이 장애인 부호 필리프 포조 디 보르고와 그의 생활보조원 압델 셀루가 나눈 실제 우정을 토대로 만들어졌고, 《디 업사이드》는 이를 미국 배경으로 옮긴 리메이크입니다. 실존 인물의 이름과 세부 설정은 각색되었습니다.
Q. 원작 언터처블과 디 업사이드 중 어느 쪽이 더 낫나요?
A. 감정의 여백과 담백한 리얼리즘을 선호한다면 원작이 우위에 있습니다. 반면 빠른 템포의 유머와 하이텐션 케미스트리를 즐긴다면 《디 업사이드》가 더 잘 맞을 수 있습니다. 둘은 같은 뼈대를 공유하지만 감수성의 결이 꽤 다릅니다.
Q. 케빈 하트가 진지한 연기도 잘 하나요? 코미디 이미지가 강해서요.
A. 제가 직접 봤는데, 예상보다 훨씬 입체적이었습니다. 아들에게 건네는 장면이나 필립과 밤을 함께 보내는 장면에서 코미디 배우의 껍데기를 벗고 진정성 있는 감정선을 보여줍니다. 물론 브라이언 크랜스톤의 연기 밀도와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이 영화 안에서 케빈 하트는 충분히 자기 몫을 해냅니다.
Q. 영화에 나오는 패러글라이딩 장면이 실제로 의미 있는 장면인가요?
A. 단순한 스펙터클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필립은 아내를 잃은 날도 패러글라이딩 중이었고, 그 이후 하늘은 그에게 트라우마의 공간이었습니다. 델이 마지막에 그 하늘을 다시 선물하는 행위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의 결핍을 온전히 채워줬음을 보여주는 서사적 완결입니다.
결론
《디 업사이드》는 완벽한 영화가 아닙니다. 할리우드 클리셰와 인종·계급 문제를 지나치게 낭만화했다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런데도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 동안 여운이 남았던 건, 진정한 위로와 연대가 거창한 희생이 아닌 편견 없는 시선에서 온다는 걸 온몸으로 실감하게 해 줬기 때문입니다.
원작을 보지 않으셨다면 《디 업사이드》로 먼저 입문하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그 뒤 프랑스 원작 《언터처블: 1%의 우정》을 보면 두 작품이 같은 이야기를 얼마나 다른 결로 풀어내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지친 일상에 기분 좋은 온기가 필요한 날, 부담 없이 꺼내 들기에 딱 적합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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