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살인마를 잡아놓고도 증거 부족으로 풀어줄 수밖에 없는 장면, 보고 계십니까? 2011년 개봉한 엘리엇 레스터 감독의 《블리츠(Blitz)》가 딱 그 순간을 정면으로 건드립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한동안 말이 안 나왔습니다. 법이 보호해야 할 사람이 아니라,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쪽을 지켜주는 광경이 너무도 낯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네오누아르 장르가 런던 잿빛 거리와 만났을 때《블리츠》는 아일랜드 작가 켄 브루언의 하드보일드 범죄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여기서 하드보일드(Hard-boiled)란, 감상적인 영웅주의 대신 냉혹한 현실과 도덕적 회색지대를 날것 그대로 묘사하는 범죄 소설·영화의 장르적 문법을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선이 악을 깔끔하게 이기는 이야기가 아니라 선과 악의 경계 자..
주관적 영화 리뷰
2026. 9. 16.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