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지키려던 남자가 정작 아내에게 배신당했다면, 그 남자는 과연 무엇을 위해 싸운 걸까요. 2009년 개봉한 윤재구 감독의 《시크릿》을 처음 봤을 때, 제가 느낀 건 단순한 스릴러의 긴장감이 아니었습니다. 비밀을 덮으려다 더 깊은 함정으로 빠져드는 한 형사의 처절한 몸부림을 지켜보며, 어느 순간 가슴 한편이 서늘하게 내려앉는 기분을 받았습니다. 플롯 트위스트가 설계한 덫, 형사의 딜레마《시크릿》의 핵심 구조는 형사가 살인 현장에서 자기 아내의 증거를 은폐해야 한다는 딜레마에서 출발합니다. 여기서 '딜레마(dilemma)'란 두 선택지 모두 파국으로 이어지는 상황, 즉 덮어도 지고 드러내도 지는 구조를 말합니다. 이 설정 하나가 영화 전체를 떠받치는 힘입니다.주인공 김성열 형사는 살인 사건 현장에서 아..
아이가 살인 용의자로 몰렸을 때, 부모는 과연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영화 《비광》은 그 질문을 정면으로 들이밉니다. 《미쓰백》으로 평단과 관객을 동시에 사로잡았던 이지원 감독의 신작으로, 오는 9월 2일 개봉 예정입니다.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중간도 아닌 딱 첫 장면에서 숨이 막혔습니다. 그 감각이 가시기도 전에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부성애는 왜 가장 무서운 감정일까요영화 속 황중구는 한때 KBO 4번 타자였습니다. 4번 타자란 팀에서 가장 강한 타격 능력을 가진 주전 선수에게 붙이는 포지션으로, 쉽게 말해 그 팀의 얼굴이자 중심축 같은 자리입니다. 그런 사람이 3류 건달로 추락해 경찰서를 제 집 드나들듯 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는 설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비극 서사입니다.그런데 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