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서자, 황처사, 이몽학)

혁명을 외치는 자가 결국 가장 잔인한 독재자가 된다면, 그 칼날을 어떻게 막아야 할까요. 2010년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이 질문이 500년 전 조선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에 서늘해졌습니다. 임진왜란의 전화(戰火) 속에서 서자(庶子)들의 결핍과 분노를 정면으로 파고든 이 영화, 지금도 뒷맛이 쉽게 가시질 않습니다.서자라서 제사상에 술도 못 올리는 세상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멈칫했던 장면은 화려한 검술 씬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의 제삿날, 적자들 사이에서 제사상에 술 한 잔 올리려다 두들겨 맞는 견자의 모습이었습니다. "구들 견(犬) 자, 기둥 주(柱) 자, 견주라는 멀쩡한 이름 놔두고 견들 자의 견자래요"라며 콧방귀를 뀌는 그 대사가 귓속을 파고들..

주관적 영화 리뷰 2026. 10. 13. 21:32
늑대사냥 (밀실공포, 크리처액션, 고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망망대해 한복판, 탈출조차 불가능한 철제 선박 위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폭력이 폭발하고, 그 폭력마저 집어삼키는 괴물이 깨어나는 순간 — 제가 느낀 건 단순한 공포가 아니었습니다. 130억 원을 투입한 하드보일드 크리처 액션 《늑대사냥》은 한국 상업 영화가 얼마나 극단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문제작입니다.밀실 공포 — 배 위에서 법이 사라진 순간영화를 처음 틀었을 때, 제가 직접 느낀 첫 감각은 '이상하게 좁다'는 거였습니다. 화면 가득 들어찬 녹슨 선체의 벽, 좁은 복도, 기름 냄새가 날 것만 같은 기관실. 이 '프론티어 타이탄호'라는 공간이 주는 밀실 공포(Claustrophobic Horror) — 여기서 밀실 공포란 탈출 경로가 원천 차단된 폐쇄 ..

주관적 영화 리뷰 2026. 10. 12. 11:50
구마수녀 (갑질, 금잠고, 인과응보)

단돈 만 원 때문에 시작된 갑질 하나가 서울 전역에 죽음을 퍼트리는 저주의 도화선이 됩니다. 영화 《구마수녀: 들러붙었구나》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단순한 오컬트 공포물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등골이 서늘해진 이유가 귀신 때문이 아니라, 일상에서 너무나 익숙하게 목격해온 장면들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갑질이 불러온 저주, 그 출발점은 어디인가영화는 강남의 한 고급 아파트 입주민이 택배 기사에게 만 원을 두고 '돈이 없었다'며 생트집을 잡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말이 안 통하자 맘카페에 글을 올려 밥줄을 끊겠다고 협박하고, 결국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까지 들고나가라며 모욕을 줍니다. 제가 이 장면을 볼 때 드라마나 뉴스에서 숱하게 봐온 광경과 너무 겹쳐서, 손이 절로 쥐어지더군요.그런데..

주관적 영화 리뷰 2026. 10. 11. 21:48
형사 Duelist (비주얼리즘, 슬픈눈, 이명세)

2005년 개봉 당시 관객 수 약 180만 명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지만, 이명세 감독의 《형사 Duelist》는 지금도 한국 영화 비주얼리즘의 정점으로 회자됩니다. 저도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칼끝에 실린 감정이 대사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는 걸 뒤늦게 실감하며 한동안 멍하니 화면을 응시했던 기억이 납니다.비주얼리즘이 서사를 삼킨 영화《형사 Duelist》는 방학기 화백의 만화 《다모》를 원작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명세 감독은 원작의 서사 구조를 충실히 따르는 대신, 미장센(mise-en-scène)이라는 연출 개념을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선택을 했습니다. 미장센이란 프레임 안에 배치되는 배우의 위치, 조명, 색채, 공간 구성 등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영화 언어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

주관적 영화 리뷰 2026. 10. 8. 11:50
소림축구 (무리지두, 슬랩스틱, 페이소스)

코미디 영화는 두 번 보면 재미없다는 말, 저도 오랫동안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소림축구》만큼은 열 번을 봐도 같은 장면에서 웃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2001년 개봉한 주성치 감독·주연의 이 영화가 20년이 넘도록 대체 불가능한 이유, 직접 여러 차례 돌려보고 나서야 제대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무리지두 코미디의 실체 — CGI와 슬랩스틱이 만난 순간일반적으로 홍콩 코미디는 조악한 B급 정서와 몸개그의 조합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소림축구》를 처음 봤을 때 받은 충격은 그 반대였습니다. 슬랩스틱(slapstick)— 여기서 슬랩스틱이란 과장된 신체 동작과 황당한 상황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물리적 코미디 기법을 말합니다 — 과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디지털 CGI ..

주관적 영화 리뷰 2026. 10. 7. 11:50
바람 (학창시절, 성장영화, 아버지)

센 척하던 시절이 그리운 게 아니라, 그때 내 옆에 있던 사람들이 그리운 거라는 걸 영화 한 편이 일깨워줬습니다. 2009년 개봉한 이성한 감독의 《바람》은 배우 정우의 실제 부산 고등학교 시절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성장 영화입니다. 직접 보고 나서 느낀 건, 이 영화는 일진 이야기가 아니라 아버지 이야기였습니다. 학창시절 _ 폼 잡던 짱구, 그때 우리 모두의 얼굴학교 다닐 때 센 척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정말 있을까요. 저도 솔직히 없습니다.영화 속 주인공 짱구는 고등학교 입학 첫날부터 불법 서클 몬스터(Monster)의 위세에 눈이 뒤집힙니다. 여기서 불법 서클이란, 학교 측의 공식 인가 없이 선후배 위계질서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비공식 패거리 조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학교 안의 또 다른 권력 ..

주관적 영화 리뷰 2026. 10. 6. 11:58
이전 1 2 3 4 ··· 13 다음
이전 다음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ablewonnie

티스토리툴바

운영자 : ablewonnie
제작 : 아로스
Copyrights © 2022 All Rights Reserved by (주)아백.

※ 해당 웹사이트는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상품 판매 및 중개의 목적이 아닌 정보만 전달합니다. 또한, 어떠한 지적재산권 또한 침해하지 않고 있음을 명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