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살인마를 잡아놓고도 증거 부족으로 풀어줄 수밖에 없는 장면, 보고 계십니까? 2011년 개봉한 엘리엇 레스터 감독의 《블리츠(Blitz)》가 딱 그 순간을 정면으로 건드립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한동안 말이 안 나왔습니다. 법이 보호해야 할 사람이 아니라,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쪽을 지켜주는 광경이 너무도 낯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네오누아르 장르가 런던 잿빛 거리와 만났을 때《블리츠》는 아일랜드 작가 켄 브루언의 하드보일드 범죄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여기서 하드보일드(Hard-boiled)란, 감상적인 영웅주의 대신 냉혹한 현실과 도덕적 회색지대를 날것 그대로 묘사하는 범죄 소설·영화의 장르적 문법을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선이 악을 깔끔하게 이기는 이야기가 아니라 선과 악의 경계 자..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그냥 때우기용으로 틀었습니다. 어느 주말 오후, 머리를 비우고 싶었고 넷플릭스 추천 목록에 올라와 있길래 별 기대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죠. 그런데 오프닝 10분도 안 돼서 자세가 바뀌었습니다. 제이슨 스타뎀 주연의 《메카닉: 리크루트(Mechanic: Resurrection)》는 그 기대치를 한참 넘겨버린 영화였습니다. 액션 연출 — 암살을 예술처럼 설계한 영화이 영화의 장르적 핵심은 이른바 '스테이지드 킬(staged kill)'입니다. 스테이지드 킬이란 타깃을 직접 사살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나 자연사처럼 보이도록 죽음을 연출하는 암살 방식을 뜻합니다. 단순히 총을 쏘는 게 아니라 물리 법칙과 인물의 심리까지 계산에 넣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죠.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오래 입..